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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목표, 후기

2020년 회고 - 취업 과정과 후기

by buddev 2021. 2. 8.

2월이 되어서야 쓰는.. 늦은 + 처음 써보는 회고

2020년은 천국지옥을 모두 맛본 해였습니다.

 

2019년 7월~2020년 6월 : SSAFY

노란색이 벌써 고인물이 되다니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 지면서 싸피에 합격하기 위한 사교육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 교육이기도 하면서

다른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가기 위한 취업 양성소라는 말도 있을 만큼 평가가 나뉘어 지더라구요.

겪어본 입장에서는 두 관점 모두 이해가 됩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누군가에겐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싸피 덕을 많이 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싸피에 굉장히 감사한 마음 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보 글은 아닙니다 ㅋㅋ)

 

저는 원래 대기업이나 IT기업에 서류를 써볼 엄두도 못 냈었고, 코딩테스트를 볼 생각은 더더욱 못했어요. 취업 시장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방향성도 잡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싸피에서 IT를 공부하는 다양한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은 덕분에 여러 분야에 도전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 공부했으면 은행 NCS만 열심히 팠을 거에요..ㅋㅋ)

 

코딩테스트도 마찬가지였어요. 알고리즘에 대해 백지상태였던 저는 싸피에서 커리큘럼에 따라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내용들이 좋았고, 싸피 친구들과 한 스터디가 정말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혼자 했다면 이만큼의 성취는 이루기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ker에게 무한한 감사를- ㅎㅎ

 

IT 개발자보다는 대기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다양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는 측면에서 싸피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싸피가 저를 취직시켜준건 아니지만, 싸피가 없었으면 개발자로 취직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 다양한 기초 지식을 가르쳐 준 곳이고,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곳이라서요.

 

싸피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던, 지인짜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공모전!

 

 

7월~8월 : KAKAO

운좋게도 카카오 인턴에 합격했습니다.

한창 싸피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 합격 발표가 났는데 그때의 설렘이란!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 봐도 설레는 메일

 

곳곳에 묻어있는 카카오 감수성ㅎㅎ

 

인턴은 여러 번 경험해 봤지만, IT 대기업에서의 인턴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꿈의 회사  는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일했던 곳들이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여서 더 대비되기도 했지만,

연차가 낮든, 높든 다들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업무에 임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서로를 존중해 주면서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팀원분들을 보면서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하고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인턴 전담 사수님이 배정되어 있긴 했지만, 사수님 뿐만 아니라 팀의 어떤 분들께 질문을 드려도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밖에서 보았을 때의 카카오도 좋았지만 안에 들어와서 본 카카오는 더 좋았기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 오히려 부담감이 되어 이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턴 전환 과제로 받은 프로젝트 주제는 제가 처음 접해보는 주제 였습니다. 처음 과제를 받았을 때 명세서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주변에 해본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질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사수님이었습니다. (팀원분들도 다뤄보시지 않은 기술)

그런데 잘 해야 한다 라는 마음 때문에 질문 하나를 할 때에도 조금 더 찾아보고 여쭤보자, 조금만 더, 조금만.. 이런 식으로 되면서 업무가 더뎌졌습니다. 해보고 안되면 얼른 질문하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리고 잘 해야 한다 는 마음이 부담감으로 이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어요. 마음은 급한데 일은 진전되지 않으니 마음이 더 초조해지고,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굴레에 같힌 것 같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싸피 때부터 1년 넘게 쌓여있던 체력적 문제가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번아웃이 왔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할 정도로 모든게 엉망이었어요.

 

어찌저찌해서 주어진 프로젝트는 끝냈지만, 스스로가 봐도 정말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전환 면접을 볼 때 떨어지겠구나 를 느꼈습니다. 살면서 가장 못본 면접이 전환 면접이었어요.

그동안 급한 마음에 갇혀서 넒게 생각하지 못하고, 당장 기능이 돌아가게 하는데에만 급급해서 개발할 때 놓친 부분들 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부분들이 면접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결과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탈락이었습니다.

 

불합격 메일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정말 많이 썼습니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조건 지원할 것 같아요.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돈을 주고도 절대 배울 수 없는 값진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제가 개발한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직접 그분들을 옆에서 보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쉽게 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개발자로서의 첫 시작 단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9월~11월 : 취업 준비

바닥난 자존감과, 엉망이 된 건강 상태로 다시 취업 시장에 던져졌습니다.

억지로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준 싸피도 끝났고, 탈락으로 너덜너덜한 멘탈과 엉망이 된 건강 만 남아있었어요.

원래의 저는 굉장히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었는데, 무기력해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어요.

몸을 일으키기도 싫었고, 할 의지도 체력도 없었습니다. 그럴 수록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고, 자괴감이 들었어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때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취뽀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정신적 지주 nnm

 

카카오 떨어진 순간보다 이때 더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너무 미워서,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상태였거든요.

 

이 말을 듣고, 그래. 아무것도 하지말고 좀 쉬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었어요.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2주쯤 쉬고 나니 아 이제 뭐라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다시 정신을 붙잡고 취준에 돌입했습니다.

하루에 자소서를 3개씩 쓰고,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면접 스터디를 했어요.

바쁘게 보낸 시간들

싸피에서의 프로젝트와, 카카오 경험 덕분인지

상반기때보다 다양한 곳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보다 더 많이 나온 질문은, "카카오에서 왜 떨어졌어요?" 였습니다 ㅎㅎ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다 물어보시더라구요.

제가 면접관이었어도 물어볼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려고 노력했지만 참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더라구요.

솔직하게 말하자니, 내 약점을 너무 드러내는 것 같고

그렇다고 꾸며내서 말하자니, 거짓말 같고

많이 고민하다가 그냥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제가 느낀 점 그대로를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느꼈던 부족한 점들을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만, 의외로 솔직하게 대답하니 면접관님들이 많이 공감해 주시더라구요.

대신 단점에서 끝내는게 아니라 제가 어떤점이 부족했는지를 말씀드리고, 그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말씀드렸어요.

몇몇 임원 면접에서는 정말 좋은 경험을 한 거라고,  그 경험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을 거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ㅎㅎ 숨기려고 했으면 약점이 됐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감추지 않고 제가 느낀 그대로를 말해서 더 좋게 봐주신게 아닐까 싶어요.

 

 

최종 합격

네이버에서 보내주신 꽃바구니
쿠팡 (쿠팡 신입을 쿠키(Coukie)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쿠키를 보내주셨어요 ㅎㅎ 귀엽)

 

길고 긴 취준이 끝나고, 3군데의 IT기업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쿠팡 최종합격 발표 이후로는 거의 2차 면접을 보지 않았습니다)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 상태여서 그런지

처음에는 왜 붙었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그 생각은 아직도 하고 있지만..ㅎㅎ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곳들에 합격해서 얼떨떨 하기도 하고, 제 실력에 비해 너무 과분한 곳에 붙은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사실 많이 무서웠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카카오의 충격이 많이 컸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가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번에도 잘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컸어요. 특히 합격한 3군데 모두 IT회사였기 때문에 더 두려웠습니다. 지금이라도 금융권이나, 제조업 등 IT기업이 아닌 곳을 준비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렇게 합격의 기쁨을 다 느끼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 친구들이 해준 따뜻한 말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냐고, 잘 할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여러 응원들 덕분에 한번 도전해보자 하고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합격 후 친구들이 보내준 편지와 선물

 

 

12월 : 입사

많은 고민을 거친 후에, 쿠팡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새 맥북을 받았습니다. 카카오때는 중고였음..ㅋㅋㅋ

 

설렘을 가득 안고 입사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회사는 첫날 이후로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ㅋㅋ

입사 후 팀 배정을 받고, 바쁘게 보냈습니다.

 

 

마무리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자존감의 제일 위부터 제일 바닥까지 찍어본 롤러코스터 같은 1년이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그래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시 하고 싶진 않아요)

 

취직을 하기 전에도, 취직을 하고 난 지금도

여전히 저는 모르는게 많고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 초보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첫 시작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합니다.

 

올해의 목표는, 떨어진 자존감을 채우고

개발자로서 조금 더 성장하는 것입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제가 IT회사에 갈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1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년 이맘때의 저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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